kimjeongwonnabout

3년차 프론트엔드 이직기록

검정고시 고졸 개발자가 토스로 이직한 썰 (어그로임)

드라마앤컴퍼니에서 2년 10개월정도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토스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성장했던 것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유

이직에는 이유가 있어야한다. 나의 경우에는 불안감이었다. 불안은 참으로 어려운 감정이다. 여태까지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면서, 늘 내가 올바르지 않은 판단을 할 때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료로 활용할 가치는 너무나 충분한 감정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재직기간을 2년정도 채워 갈 때 문득 '지금 회사에서 정말 10년동안 일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불안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불안함이 없어서 생기는 불안이 있었다. 내 삶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검정고시 고졸이라는 저학력에 대한 불안과 한 순간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생기는 금전적인 불안감. 그 것 말고도 인간관계에서도 늘 불안이 따라왔다. 그러다가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삶에서 불안이 많이 걷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안락함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이유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게 찾아왔다.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함이 생겼다. 어찌보면 나는 불안중독인 사람인 것 같기도 한데 가치판단은 보류하고 그 불안함에 쫓기다 보면 나는 결론적으로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 행동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직이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작년 말에 이력서를 처음 넣기 시작하면서 이직을 시작했다.

실패

결론적으로 첫 도전은 실패했다. 이직은 작년 10월 말 부터 4월정도까지 액티브하게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들은 굉장히 좋았다.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리고 느낀 건 역시 뭐든 경험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직후기나 면접후기 200개 읽어보는 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위로는 받았다)

실패에 대한 큰 원인들을 생각해보면 그 시기의 고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 내가 면접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 그리고 내 생각의 깊이가 그렇게 깊지 않았던 점 들이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수차례 좋지 않은 결과와 마주해야 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오기가 생겨서 '이직을 위한 이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쯤 중단했다. 뭔가 이대로 이직을 멈추면 실패하는 것, 포기하는 것 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을 때 다행히 스톱할 수 있었다.

정비

결국 액티브하게 이직을 하려던 마음을 멈추고 먼저 나를 좀 돌아봤다.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나를 채용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 먼저 찾아야 하는 건 나의 '특별한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해 보니 면접중에 '정원님이 다른 개발자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더 잘하는 것이 있나요?'라는 노골적인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면접관으로 참여할 때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면접자는 분명히 모든 질문에 대부분 대답을 했고, 우려되는 부분이 없었음에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운 면접자분이셨다. 그 때 나는 스스로 면접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많이 자책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 면접자의 강점을 잘 이끌어내는 질문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면접자에게서 어떤 특별한 '뽑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결국에는 그 분을 뽑지 않았다.

그 때는 스스로 면접관으로서 역량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힘들어 했었다. 한 사람의 채용과정에서 내 역량 부족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들이 들었다. 물론 반은 맞는 말이지만,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어필하고 보여주는 것도 면접자로서의 책임이고 역량이라는 것을 면접자로 면접에 참여하면서 느꼈다.

그래서 일단은 김정원이라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의 장점들을 정리해봤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 적극적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라는 메이커로서의 역량이 있었고, '타입스크립트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실무코드에 잘 활용하고, CSS 속성들에 관심이 많아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수 있는 것, 번들러와 모노레포와 같은 프론트엔드 개발환경에 대한 경험과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갖고있다’라는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이 있었다. 또 '구성원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라는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있었다. 이 중에서 사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면접 과정에서는 말로 풀어내는 것 보다는 면접 경험 전반에 녹아드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한 차례 이직 시도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의 역량을 정의하고 방향을 정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잠깐 사족

사실 처음 이직을 시도할 때는 굉장히 근자감에 차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이직한 분들은 모두 다 괜찮은 회사로 잘 이직을 했었고 내가 지금 회사에 입사할 때도 한 번에 입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능력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좋게 생각하면 자신감이지만 어느정도 오만함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앞서 얘기한 것 처럼 좋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3~4개의 회사를 동시에 합격해서 좋은 곳으로 이직했다는 후기들이 많았었고 나도 그런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고 내 생각에는 하향 지원으로 넣어본 곳에서 탈락통보를 받기도 하면서 많이 위축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면접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어느정도는 맞는 것 같다. 물론 결정적으로는 '기삼’이 제대로 받쳐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역시 '운칠’의 영역도 크다고 생각이 든다. 그 때의 시장 상황이나 내가 가고싶은 회사에서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어떤 역량에 강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걸 봐줄 수 있는 면접관인지까지. 여러가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나도 시장이 좋을 때 면접 준비를 철저하게 잘 해서 이직을 했다면 여러군데를 동시에 합격해서 이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아무튼 결국 '운칠기삼’의 중요한 포인트는 ‘포기하지 않는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직

그리고 6월달 쯤에 토스에서 Frontend Platform 공개채용을 진행했고 JD를 보니 내가 지금 회사에서 고민하고 공부했던 일들과 겹치는 것들이 많았고 점점 해당 영역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시점이어서 ‘정말로 큰 기대 없이’ 지원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토스는 너무나 가고싶던 회사 중 하나였고 특히 내가 사용자로서 팬심이 큰 서비스였다. 그런데도 큰 기대가 없었다는 걸 강조하는 건 어디든 지원을 할 때 나름 기대 안하려고 하지만 내심 기대하는 게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진짜 없었고(아마 앞선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낮아졌던 탓도 있을 것이다), 전형중에 '시험 전형’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지식들을 잘 습득한건지 확인해볼까 하는 마음이 더 컸었다. 시험도 그냥 내가 배운 것 위주로 풀면 되겠다 싶어서 미리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잘 공부했었는지 면접을 볼 기회를 잡았고 그대로 최종 합격까지 갈 수 있었다.

토스의 면접

토스의 이번 면접 경험은 정말 좋았다. 사실 이전에 토스의 다른 계열사의 면접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 면접과정은 정말 좋았다. (그 때는 탈락해서 그런 걸수도 있다 ^^) 기술 면접에서는 내 이력서를 정말 자세히 읽어본게 느껴질 만큼 나의 강점들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화로 이끌어 주셨다. 이 전에 내가 고민했던 '면접관의 역량’에 빗대어 봤을 때 역량있는 면접관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소문의(?) 컬쳐핏 면접도 좋았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되었고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주면 됐다. 다른 컬쳐핏 면접은 보면 가끔 뭔가 '정답’을 말해야 할 것 같고, 그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는지를 시험보듯 면접이 진행되는데 토스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면접이 끝나고도 ‘잘 봤다’ 혹은 '망했다’는 생각 자체가 안들었다. 그냥 나는 내 이야기들을 했을 뿐이라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와 오퍼레터 과정을 거쳐서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넉넉하게 보면 거의 1년 정도가 걸린 이직이었다. 주변에서도 많이 축하해줘서 뿌듯했다.

유종의 미

나는 다니던 회사에 대해서 애정이 여전히 크다. 드라마앤컴퍼니의 구성원들이나 일하는 방식들에서도 배울점이 아직 너무나 많고, 리멤버라는 서비스에도 애정이 많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아직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도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좋은 동료들’이다. 마지막에 재호님과의 원온원에서도 그 얘기를 하면서 살짝 울먹거리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유종의 미를 지키고 싶었다. 인수인계할 수 있는 것들을 문서화하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원온원을 많이 만들고, 나에게 의지했던 사업팀 사람들도 나의 부재가 크지 않도록 파트원 분들에게 많은 부탁도 드렸다…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다… (아무튼 진심임)

퇴사하는 날 까지 정시퇴근을 포기하면서 끝까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너무 좋게 마무리 했다. (물론 살짝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 새로운 곳에 가서도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우려들을 동료들에게 이야기 하면 늘 '정원님이 하기 나름일 거예요’라는 대답을 해줬다. 그게 늘 용기가 되는 것 같다. 토스에서도 사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나름을 잘 해보자. 아자아자!

다음 목표

나는 검정고시 졸업이라는 객관적으로 아쉬운 학력 갖고 있다. 물론 나는 이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학력이라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걸 내가 지금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네임밸류 있는 회사에 간다는 건 나를 설명하기 좀 더 편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학력을 경력으로 어느정도는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특히 어른들과에 대화에서 고졸 커밍아웃은 늘 1초 정도의 정적을 가져와서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학력과는 별개로 정말 지식의 습득을 위한 공부를 하고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에 맞는 목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AI에 관심이 많은데 AI는 특히 전문 교육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일단 선형대수학같은 수학적인 부분 부터 시작해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알고리즘을 이해하려면 독학으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사이버대학교나 학점은행제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해볼까 생각중인데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그런 생각이 있고…

그리고 돈 모으기도 시작했다. 나는 30살 평생 돈을 제대로 모아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생겨서 제대로 재테크를 해볼 생각이다. 최근에는 ISA계좌를 만들어서 ETF에 투자를 해보고 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결혼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라는 단순한 이유를 갖고 실행중이다.

끝으로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고졸이라는 키워드로 어그로를 끌었지만 사실 고졸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직접적으로 고졸이라서 느끼는 디메리트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명히 내가 모르게 있었겠지만, 내가 모르니까 된 거 아닌가…? 그럼 럭키 비키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음… 아무튼 다 잘 될 겁니다. 꾸준히 열심히 최선의 최선을 다해보세요.

참고로 첫 출근은 9월 9일이다. 아직 출근도 안한 시점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게 맞나 싶긴하지만, 글 쓸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써놔야 할 것 같아서 썼다. 무사히(?) 3MR기간을 마칠 때 쯤 새로운 포스팅을 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이다.